회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

2026.08.05 · 이원준 회계사 작성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

"우리 회사는 얼마짜리인가."

투자 유치를 준비하든 매각을 검토하든 창업자라면 반드시 마주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거래들을 보면 가격의 근거가 제각각입니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회사는 이익의 몇 배로 계산되고, 적자를 면치 못한 회사가 수조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기업가치 평가에는 시장이 공유하는 표준적인 계산 틀이 있고, 그 위에 그 거래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사정이 얹힙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성사된 M&A 세 건을 통해 그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 잡코리아 → 멀티플이 교과서적으로 작동한 사례

· 우아한형제들 → 적자 기업에 4조 7,500억이 매겨진 사례

· 하이퍼커넥트 → 매출의 7배가 정당화된 사례


─────────────────────

▶ Case 1. 잡코리아 — 15배로 시작해 17배로 끝난 협상

2020년 말 사모펀드 H&Q코리아는 국내 1위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의 매각에 나서며, 인수 후보들에게 EV/EBITDA 15배 이상을 가격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습니다. 그해 예상 EBITDA 약 500억 원, 순차입금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므로 500억 × 15배 = 7,500억 원이 희망가였습니다.

왜 15배였을까요? 근거는 유사기업 비교였습니다. 잡코리아의 영업이익률 43.9%는 동종 상장사인 사람인에이치알(39.2%)보다 4.7%p 높았습니다. "상장 경쟁사보다 수익성이 좋으니 그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결과는 어피니티·MBK·CVC·TPG 등 대형 운용사가 몰린 끝에 9,000억 원, 배수로는 약 17배였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확인됩니다. 멀티플은 계산이 아니라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배수를 15배에서 17배로 밀어올린 것은 정교한 평가 모델이 아니라 경쟁 입찰 구도였다는 것입니다. 복수의 인수 후보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가격 인상 수단입니다.

다만 이 게임의 전제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흑자입니다. EBITDA가 있어야 배수라는 언어가 성립합니다.


─────────────────────

▶ Case 2. 우아한형제들 — 적자 기업에 매겨진 4조 7,500억 원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약 87%를 40억 달러, 약 4조 7,5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약 364억 원, 당기순손실 약 756억 원이었고 2021년까지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EBITDA가 마이너스이니 잡코리아식 계산은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익이 아니라 거래액과 점유율이 기준이었습니다. 1위 사업자의 GMV와 사용자 기반이 만들어낼 미래 현금흐름을 산 거래입니다.

동시에 방어적 인수였습니다. DH는 이미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보유하고 있었고, 1위를 경쟁자에게 넘기지 않는 것 자체가 독립적인 가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2026년 현재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재매각을 추진 중이고 희망가는 8조 원 수준인데, 이번 가격 근거는 GMV가 아니라 최근 2년 평균 영업이익의 약 12배입니다. 흑자로 전환한 순간 잡코리아식 문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평가의 문법 자체가 바뀝니다.

─────────────────────


▶ Case 3. 하이퍼커넥트 — 매출의 7배, 대가의 절반은 주식

2021년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은 영상 메신저 '아자르'의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7억 2,500만 달러, 약 1조 9,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직전 2020년 매출이 약 2,600억 원이었으니 매출의 7배가 넘습니다. 업계 평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작동한 것은 매수인별 시너지(Buyer-specific Value)였습니다. 틴더 등 40여 개 앱을 운영하는 시가총액 47조 원의 매치그룹에게 없던 두 가지가 영상 기술아시아 기반이었고, 하이퍼커넥트는 정확히 그 둘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자르는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99%였고 사용량과 매출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했습니다.

즉 하이퍼커넥트는 다른 어떤 인수인보다 매치그룹에게 비싼 회사였습니다. 같은 회사라도 누가 사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하나 더, 인수 대금은 현금과 매치그룹 주식으로 각각 50%씩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도인이 매각 이후에도 인수인의 주가 위험을 계속 부담한다는 뜻입니다. 총액이 같아도 현금 100%인 거래와 주식 50%인 거래는 전혀 다른 거래입니다. 가격뿐 아니라 지급 수단과 시점도 협상 대상입니다.


─────────────────────



이익이 있으면 배수로, 없으면 시장 지위로, 그것도 아니면 특정 인수인과의 시너지로 설명됩니다. 우리 회사가 셋 중 어느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준비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마지막에 가격을 지키는 것은 실사에서 흔들리지 않는 재무·세무 기록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깎이는 금액의 상당 부분은 몇 년 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간 항목에서 나옵니다.

M&A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 아니라, 그 몇 년 전 장부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