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

"우리 회사는 얼마짜리인가."
투자 유치를 준비하든 매각을 검토하든 창업자라면 반드시 마주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거래들을 보면 가격의 근거가 제각각입니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회사는 이익의 몇 배로 계산되고, 적자를 면치 못한 회사가 수조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기업가치 평가에는 시장이 공유하는 표준적인 계산 틀이 있고, 그 위에 그 거래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사정이 얹힙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성사된 M&A 세 건을 통해 그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 잡코리아 → 멀티플이 교과서적으로 작동한 사례
· 우아한형제들 → 적자 기업에 4조 7,500억이 매겨진 사례
· 하이퍼커넥트 → 매출의 7배가 정당화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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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1. 잡코리아 — 15배로 시작해 17배로 끝난 협상
2020년 말 사모펀드 H&Q코리아는 국내 1위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의 매각에 나서며, 인수 후보들에게 EV/EBITDA 15배 이상을 가격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습니다. 그해 예상 EBITDA 약 500억 원, 순차입금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므로 500억 × 15배 = 7,500억 원이 희망가였습니다.
왜 15배였을까요? 근거는 유사기업 비교였습니다. 잡코리아의 영업이익률 43.9%는 동종 상장사인 사람인에이치알(39.2%)보다 4.7%p 높았습니다. "상장 경쟁사보다 수익성이 좋으니 그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결과는 어피니티·MBK·CVC·TPG 등 대형 운용사가 몰린 끝에 9,000억 원, 배수로는 약 17배였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확인됩니다. 멀티플은 계산이 아니라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배수를 15배에서 17배로 밀어올린 것은 정교한 평가 모델이 아니라 경쟁 입찰 구도였다는 것입니다. 복수의 인수 후보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가격 인상 수단입니다.
다만 이 게임의 전제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흑자입니다. EBITDA가 있어야 배수라는 언어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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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2. 우아한형제들 — 적자 기업에 매겨진 4조 7,500억 원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약 87%를 40억 달러, 약 4조 7,5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약 364억 원, 당기순손실 약 756억 원이었고 2021년까지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EBITDA가 마이너스이니 잡코리아식 계산은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익이 아니라 거래액과 점유율이 기준이었습니다. 1위 사업자의 GMV와 사용자 기반이 만들어낼 미래 현금흐름을 산 거래입니다.
동시에 방어적 인수였습니다. DH는 이미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보유하고 있었고, 1위를 경쟁자에게 넘기지 않는 것 자체가 독립적인 가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2026년 현재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재매각을 추진 중이고 희망가는 8조 원 수준인데, 이번 가격 근거는 GMV가 아니라 최근 2년 평균 영업이익의 약 12배입니다. 흑자로 전환한 순간 잡코리아식 문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평가의 문법 자체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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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3. 하이퍼커넥트 — 매출의 7배, 대가의 절반은 주식
2021년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은 영상 메신저 '아자르'의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7억 2,500만 달러, 약 1조 9,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직전 2020년 매출이 약 2,600억 원이었으니 매출의 7배가 넘습니다. 업계 평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작동한 것은 매수인별 시너지(Buyer-specific Value)였습니다. 틴더 등 40여 개 앱을 운영하는 시가총액 47조 원의 매치그룹에게 없던 두 가지가 영상 기술과 아시아 기반이었고, 하이퍼커넥트는 정확히 그 둘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자르는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99%였고 사용량과 매출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했습니다.
즉 하이퍼커넥트는 다른 어떤 인수인보다 매치그룹에게 비싼 회사였습니다. 같은 회사라도 누가 사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하나 더, 인수 대금은 현금과 매치그룹 주식으로 각각 50%씩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도인이 매각 이후에도 인수인의 주가 위험을 계속 부담한다는 뜻입니다. 총액이 같아도 현금 100%인 거래와 주식 50%인 거래는 전혀 다른 거래입니다. 가격뿐 아니라 지급 수단과 시점도 협상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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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이 있으면 배수로, 없으면 시장 지위로, 그것도 아니면 특정 인수인과의 시너지로 설명됩니다. 우리 회사가 셋 중 어느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준비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마지막에 가격을 지키는 것은 실사에서 흔들리지 않는 재무·세무 기록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깎이는 금액의 상당 부분은 몇 년 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간 항목에서 나옵니다.
M&A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 아니라, 그 몇 년 전 장부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