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장치 주문제작, 매출은 언제 잡아야 할까 — K-GAAP 진행기준 vs 인도기준

주문제작 설비는 계약부터 검수까지 보통 6개월에서 2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매출을 제작 기간에 나눠 잡을 것인지(진행기준), 검수가 끝난 날 한 번에 잡을 것인지(인도기준)가 결산 때마다 문제가 됩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기준으로 핵심만 정리합니다.
1. 진행기준을 적용한다면, 진행률은 어떻게 재는가
일반기업회계기준 제16장 제2절(건설형 공사계약)은 건설업 전용 규정이 아닙니다. 사전에 확정된 계약에 따라 총공사수익과 총공사원가를 추정할 수 있는 계약이라면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문단 16.20). 주문제작 설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당기공사수익은 계약금액에 기말 현재 진행률을 곱한 누적공사수익에서 전기까지 인식한 누적공사수익을 차감해 산출합니다(문단 16.39).
진행률 측정에서 실무상 주의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원가기준 투입법이 사실상의 표준입니다. 누적발생원가를 총공사예정원가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설비 제작은 물리적 완성도를 객관적으로 재기 어려워 산출물 기준을 쓰기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둘째, 수행한 공사를 반영하는 원가만 누적발생원가에 넣습니다. 미리 사 둔 자재, 현장에 반입만 되고 투입되지 않은 자재, 선급 외주비는 제외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포함시키면 진행률이 과대계상되고, 감사와 세무조사 모두에서 우선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셋째, 총공사예정원가의 산정 근거가 곧 진행률의 신뢰성입니다. 견적 내역, 자재 소요명세, 외주 계약서를 근거로 남겨 두어야 하고, 추정이 바뀌면 그 시점부터 전진적으로 반영합니다. 애초에 프로젝트별 원가집계 체계가 없다면 진행기준 적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편 진행률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회수 가능한 범위에서만 수익을 인식하는 원가회수기준을 적용하고(문단 16.49), 총원가가 계약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 진행률과 무관하게 추정손실 전액을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즉시 인식합니다(문단 16.53 이하).
2. 인도기준이 맞는 경우 — 적용 제외 요건
주문을 받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전부 진행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준서 문단 16.21은 적용에서 제외되는 계약을 들고 있습니다.
구매자가 규격을 정해 주문한 제품이더라도 ① 표준화된 제조공정에서 생산하고, ② 통상적인 영업망을 통해 판매하며, ③ 매출원가를 재고자산 평가를 통해 산출할 수 있는 제품의 공급계약은 제외됩니다. 규격화된 제품을 일정 기간 반복 생산해 공급하거나 보유 재고를 공급하는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무 판단은 결국 이렇게 갈립니다. 카탈로그 모델의 사양만 조정해 납품하고 원가가 재공품·제품으로 관리된다면 재화의 판매, 즉 인도기준입니다. 반대로 고객 요구에 맞춰 개별 설계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원가를 집계하며 중도 해지 시 기성을 정산하는 구조라면 건설형 공사계약입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표준 제품은 인도기준, 전용 설비는 진행기준으로 나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회사 단위가 아니라 계약 단위로 보셔야 합니다.
3. 중소기업 회계처리 특례 — 기준은 1년
일반기업회계기준 제31장 중소기업 회계처리 특례(문단 31.9)는 1년 내의 기간에 완료되는 용역매출 및 건설형 공사계약에 대하여 용역 제공을 완료했거나 공사를 완성한 날에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진행률을 추정할 필요가 없어 결산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세법도 같은 방향입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69조 제1항은 건설·제조 기타 용역의 익금과 손금을 작업진행률 기준으로 산입하도록 하면서, 단서에서 중소기업이 수행하는 계약기간 1년 미만인 건설등은 인도일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적용 전 확인하실 점은 세 가지입니다.
-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어야 합니다. 상장·상장예정법인, 주주 500인 이상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 금융회사, 중소기업이 아닌 회사를 종속기업으로 둔 지배기업은 특례를 쓸 수 없습니다.
- 계약기간 1년이 절대 기준입니다. 18개월짜리 계약은 중소기업이라도 진행기준을 피할 수 없습니다.
- 한 번 선택하면 계속 적용해야 합니다. 이익이 많은 해에는 진행기준, 적은 해에는 완성기준을 오가는 처리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마무리
수익인식 방법은 회계정책이 아니라 계약 구조가 결정합니다. 계약서의 대금 지급 조건, 검수 조항, 중도 해지 시 정산 조항을 먼저 보셔야 하고, 진행기준으로 간다면 프로젝트별 원가집계 체계를 갖추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결산 후에 되돌리는 것보다 계약 단계에서 한 번 검토받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