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30년? 25년도 됩니다 — 대신 상속인이 15년 묶입니다

8월에 세제개편안이 나온 뒤로 "가업상속공제 경영기간이 1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난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걸 보고 25년째 회사를 끌고 오신 대표님들이 포기하셨을 겁니다. 우리는 안 되는구나, 하고요.
그런데 개정안을 끝까지 읽어보면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이 단서를 빼고 쓴 기사가 워낙 많아서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5년도 대상입니다. 다만 공짜는 아니고, 대가를 자녀가 치릅니다.
30년이 아니라 20년이 커트라인입니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이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에 공제를 적용합니다. 여기까지가 기사에 나온 부분이죠.
이어지는 문장이 중요합니다. 피상속인이 20년 이상 경영한 경우에도, 30년에 모자란 기간만큼 상속인의 사후관리 기간을 늘리는 조건으로 공제를 허용합니다. 27년을 경영하셨다면 부족한 3년이 사후관리에 얹힙니다. 기본 10년에 3년을 더해 13년. 25년이면 15년, 22년이면 18년입니다. 그러니 실질적인 진입 커트라인은 30년이 아니라 20년입니다.
연차별로 계산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공제 한도 계산 방식도 함께 바뀝니다. 지금은 10년·20년·30년 구간별로 300억, 400억, 600억을 적용하는데, 개정안은 구간제를 없애고 경영연수 곱하기 20억으로 계산합니다. 상한은 1,000억이고요.
두 가지를 한 표에 놓으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 경영 기간 | 현행 한도 | 개정안 한도 | 개정안 사후관리 |
|---|---|---|---|
| 15년 | 300억 | 해당 없음 | - |
| 19년 | 300억 | 해당 없음 | - |
| 20년 | 400억 | 400억 | 20년 |
| 25년 | 400억 | 500억 | 15년 |
| 27년 | 400억 | 540억 | 13년 |
| 30년 | 600억 | 600억 | 10년 |
| 40년 | 600억 | 800억 | 10년 |
| 50년 | 600억 | 1,000억 | 10년 |
숫자를 보면 성격이 드러납니다. 20~29년 구간은 한도가 줄지 않습니다. 25년이면 오히려 400억에서 500억으로 늘어요. 그러니 이 구간의 진짜 변수는 한도가 아니라 오른쪽 끝 칸입니다. 20년을 경영하고 공제를 받으면 자녀가 20년을 묶입니다. 상속받은 나이가 마흔이면 예순까지입니다.
정말로 잘려나가는 건 20년에 못 미치는 회사들입니다. 지금은 10년만 채워도 300억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는데, 개정안에서는 아예 명단에 없습니다. 15년차, 18년차 회사가 여기 해당합니다.
20년, 언제부터 세는 걸까
기준선이 20년으로 내려오면 계산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1~2년 차이로 갈리는 회사가 많아지니까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하십니다. 법인 등기부등본의 설립일을 보고 "우린 16년이니 안 되겠네" 하고 접어버리시는데,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꽤 됩니다. 개인사업자로 하던 시절이 합산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사업으로 하던 가업을 같은 업종의 법인으로 전환했고 법인 설립일 이후 계속 최대주주에 해당한다면, 개인사업자로 경영한 기간을 포함해 계산합니다. 국세청 해석이 일관되게 그렇습니다. 개인사업 9년 하다가 법인 돌린 지 16년이면 25년이지 16년이 아닙니다.
조건은 셋입니다. 전환 전후로 업종이 같아야 하고, 사업양도 방식으로 전환했다면 개인 가업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넘겨야 합니다. 알짜만 골라 넣고 나머지를 개인에 남겼다면 통산이 막힐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인 설립 이후 최대주주 지위가 이어져야 합니다. 대표이사 재직 요건도 같은 방식이라, 개인사업자 시절 대표자였던 기간이 포함됩니다. 오늘 하실 일은 하나입니다. 법인 설립일이 아니라 첫 사업자등록증을 찾아보는 것.
나머지 바뀌는 것들
'가업'에 정의가 생깁니다. 전문 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어야 합니다. 특허권, 산업기술, 숙련기술, 영업비밀 같은 게 근거입니다. 남에게 받은 기술로 하는 프랜차이즈, 부동산 소득이나 이자·배당이 주된 소득인 경우는 빠집니다.
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함께 구성되며, 가업 해당 여부와 경영기간, 사후관리 중 업종변경 허용 여부를 심사합니다. 요건만 맞추면 되던 제도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로 바뀝니다.
업종 변경은 원칙적으로 막힙니다. 다만 심사위원회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되면 업종 분류와 관계없이 허용합니다. 경제환경이나 시장수요 변화에 따른 전환인지,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고용 인력을 승계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후관리가 15년, 20년으로 길어지는 회사라면 이 통로가 실질적인 안전판이 됩니다.
공장 부지가 있다면 따로 챙기셔야 합니다. 사업용 토지 인정 범위가 건축물 바닥면적의 3~7배에서 수도권 2배, 그 외 3배로 줄고 1㎡당 1,000만 원 한도가 생깁니다. 주업종과 부업종을 매출로 안분해 주업종 몫만 공제하는 방식도 도입됩니다. 겸업 구조라면 매출 구성부터 보셔야 합니다.
언제부터 적용되나
가업의 정의, 업종 정비, 심사위원회, 기간 요건 같은 주요 개정은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이라는 이름 때문에 올해부터 바뀐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뒤에 나올 제3자 승계 특례는 날짜가 또 다릅니다. 2028년 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3년 한시라 2027년 이전 양도분은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는 해당될까
- 첫 사업자등록일부터 따졌을 때 경영 기간이 20년에 닿습니까
- 개인에서 법인으로 넘어올 때 업종이 그대로였습니까
- 주된 수입이 임대료, 프랜차이즈 수수료, 이자·배당은 아닙니까
- 특허, 산업기술, 숙련기술처럼 노하우를 입증할 자료가 있습니까
- 업종이 공제 대상 727개 안에 들어갑니까
- 30년에서 모자란 만큼 늘어난 사후관리 기간을 자녀가 감당할 수 있습니까
- 상속인의 가업 종사기간이 5년 이상입니까(기존 2년이상에서 개정)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5자리) 기준 727개가 법률에 직접 올라갑니다. 통계청 통계분류포털에서 코드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 사업자등록증의 업태·종목과 실제 세세분류가 어긋난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번에 맞춰보시는 게 좋습니다.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은 제외 업종으로 언급됐습니다.
사후관리 15년, 20년이 실제로 뜻하는 것
마지막 체크 항목이 이 글에서 제일 무거운 질문입니다. "유지하면 되지" 싶지만, 어겼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사후관리 요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못 지키면 공제받았던 금액을 상속개시 당시 과세가액에 다시 넣어 상속세를 계산하고, 이자상당액까지 붙여 추징합니다. 물론 위반 시점에 따라 일부 삭감 규정이 적용될 수 있지만 500억을 공제받았다가 12년차에 걸리면 그 500억에 대한 상속세를 12년치 이자와 함께 한꺼번에 냅니다. 회사가 흔들릴 수 있는 금액이 되죠.
고용 요건도 있습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사후관리 기간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와 총급여액이 상속개시 직전 2개 과세기간 평균의 90%에 미달하면 추징 대상입니다. 이걸 5년이 아니라 15년, 20년 끌고 가야 한다는 게 이번 개정의 실질입니다. 업황이 꺾여도 인원을 줄이기 어렵고, 사업 방향을 틀기도 어렵습니다. 20년이면 산업 자체가 한 번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에요. 공제액만 보고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증여가 다시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선택지가 생전 증여입니다. 개정안에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경영기간 요건도 20년으로 잡혔습니다. 상속과 증여의 진입 문턱이 같아진 셈이죠. 그렇다면 비교 기준은 사후관리 부담이 됩니다.
현행 증여특례를 보면, 가업 주식을 증여할 때 600억을 한도로 과세가액에서 10억을 공제한 뒤 과세표준 120억까지 10%, 초과분은 20% 세율을 적용합니다. 최고 50%인 일반 세율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증여자는 60세 이상 부모, 수증자는 18세 이상 자녀여야 하고,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해 3년 안에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합니다. 사후관리는 5년입니다.
25년을 경영한 회사를 놓고 보면 대비가 선명해집니다. 상속으로 가면 자녀가 15년을 묶이고, 증여로 가면 5년입니다. 여기에 특례로 증여한 주식은 나중에 상속재산에 합산해 정산하는데 합산되는 금액이 증여 당시 가액이라, 회사 가치가 오르는 중이라면 지금 넘긴 값으로 고정됩니다. 다만 증여특례 역시 이번에 함께 손질되므로 사후관리 기간을 포함한 세부 조건은 조문이 확정된 뒤 다시 봐야 합니다.
자녀가 안 받겠다고 하면
요즘은 이 경우가 훨씬 많죠. 개정안은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넘길 때도 처음으로 세제 지원을 넣었습니다. 매도자는 요건 충족 시 주식이나 사업용 자산의 양도소득세를 20% 감면받습니다. 한도는 경영연수 곱하기 연 5천만 원이고, 업종 요건과 매출 5천억 미만 중소·중견기업, 20년 이상 경영, 60세 이상 최대주주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눈여겨볼 건 매수자 쪽입니다. 같은 업종을 10년 이상 해온 개인이나 기업, 또는 그 회사에서 5년 이상 일한 임직원이 대상입니다. 5년간 소득세·법인세 10%를 감면해주고요(한도 연 5억). 사모펀드는 조문상 매수자에서 빠집니다. 오래 함께한 공장장이나 임원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정책 방향은 명확합니다. 대상은 좁히고, 받는 쪽에는 더 긴 책임을 지운다는 것. 그러면 지금 확인할 것도 정해집니다. 첫 사업자등록일이 언제인지, 20년에 닿는지, 세세분류 코드가 어디에 걸리는지, 그리고 늘어난 사후관리 기간을 자녀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지. 마지막 질문은 세금 계산이 아니라 가족의 결정입니다.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큰 자산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