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취득세 283억 돌려받았더니 가산세 18억 — 법원은 왜 취소했을까

2026.09.21 · 김민준 회계사 작성
취득세 283억 돌려받았더니 가산세 18억 — 법원은 왜 취소했을까

감면을 놓쳐서 세금을 더 냈다가 나중에 돌려받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지면 환급금이 들어오죠. 그런데 어떤 경우엔 환급 통지와 함께 고지서가 한 장 더 따라옵니다. 돌려받은 세금에 딸린 다른 세금, 그리고 그걸 늦게 냈다는 가산세입니다.

한 법인이 이 구조로 가산세 18억 6천만 원을 고지받았습니다. 이의신청도,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도 기각됐어요. 그런데 올해 7월 서울행정법원이 이 처분을 취소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6. 7. 8. 선고 2025구합56355 판결). 판결문을 끝까지 읽어보면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는데, 법원은 납세자 주장의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납세자 승소였어요.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외국법인의 한국지점이 국내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2018년 1월 서울 중구의 부동산 31개 호실을 현물출자로 넘겨받았습니다. 과밀억제권역 안에서 법인을 설립하며 취득한 부동산이라 중과세율을 적용했고, 취득세 등으로 약 288억 3천만 원을 신고·납부했습니다.

사실 그 전해 3월, 법인이 의뢰한 회계사들이 서울시 세제과에 질의를 했었습니다. 이 현물출자가 법인세법상 적격현물출자 요건을 갖췄으니 취득세 감면규정이 적용되느냐고요. 돌아온 구두회신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들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관련 유권해석을 내놨고, 이를 토대로 행정안전부가 그해 8월 이 현물출자가 감면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인은 2022년 10월 취득세 등을 85% 줄여달라는 경정청구를 냈습니다.

과세관청은 청구를 받아들여 환급가산금을 포함해 약 283억 2천만 원을 돌려줬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짜로 농어촌특별세 40억 2천만 원과 납부지연가산세 18억 6천만 원을 고지했습니다.

환급과 고지서가 같은 날 오는 구조

농특세는 독립된 세금이 아니라 다른 세금에 붙는 부가세목입니다. 그런데 취득세에 붙는 농특세는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취득세액을 기준으로 10%’ 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면받은 세액을 기준으로 20%’를 내는 것입니다. 감면 혜택의 일부를 농어촌 재원으로 돌리는 구조죠.

이 법인은 처음 신고할 때 감면이 없다는 전제였으니 앞의 것, 즉 취득세액 기준 농특세만 냈습니다. 감면세액 기준 농특세는 감면 자체가 없었으니 낼 게 없었고요. 나중에 감면이 인정되면서 그 두 번째 농특세가 생겨났고, 과세관청은 이걸 "원래 2018년에 냈어야 할 세금"으로 보고 그 사이 4년여의 가산세를 붙였습니다.

법원이 먼저 기각한 두 가지

법인은 세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이 중 두 개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첫 번째는 납세의무가 언제 생기느냐였습니다. 법인은 감면이 경정청구 인용으로 비로소 확정됐으니 그때 농특세 납세의무도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하고, 그렇다면 늦게 낸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달리 봤습니다. 농특세 납세의무는 본세인 취득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할 때, 즉 부동산을 취득한 때 성립한다는 게 법 규정이고, 나중에 경정청구로 감면이 결정됐다고 해서 성립 시기나 신고기한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환급금과 상계할 수 없느냐였습니다. 법인은 취득세를 262억 원 가까이 더 냈으니 그 안에서 40억 원 농특세는 이미 낸 걸로 봐야 한다고 했어요. 직관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취득세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지방세이고 농특세는 국가에 귀속되는 국세라서, 명문 규정 없이 한쪽 환급금을 다른 쪽 세금에 충당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기각됐다는 건, 가산세가 붙는 구조 자체는 법원도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기산점도 맞고, 상계도 안 됩니다. 남은 건 하나였어요.

그런데도 가산세가 취소된 이유

세 번째 주장이 정당한 사유였습니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걸 인정했습니다. 판결문은 네 가지 사정을 들고 이를 종합해서 결론을 냈습니다.

하나, 법률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과세관청에 미리 질의했고 그 답을 믿었다가 나중에 상급 기관 해석이 바뀐 것이니, 단순한 법률 부지나 오해가 아니라 세법 해석의 어려움에서 비롯됐다고 봤습니다.

둘, 애초에 이행할 수 없는 의무였다. 감면이 안 된다는 전제로 취득세를 신고하면서, 동시에 감면이 된다는 전제로 감면세액 기준 농특세를 신고·납부하는 건 서로 모순되는 행위라 그런 의무 이행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겁니다. 감면을 안 받겠다고 신고하는 사람에게 감면받은 사람이 내는 세금을 같이 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죠.

셋,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더 낸 취득세가 약 262억 원이고 문제의 농특세는 약 40억 원입니다. 감면이 된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신청을 안 했을 리가 없다는 거예요. 게다가 서울시의 구두회신이 없었다면 감면 없이 신고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넷, 가혹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중에 나온 유권해석을 근거로 경정청구를 받아주면서 농특세를 부과하고, 거기에 가산세까지 얹는 건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회사도 이 논리를 쓸 수 있을까

여기가 이 판결을 읽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네 가지 사정 중 어떤 건 이 사건에만 있고, 어떤 건 비슷한 구조의 사건이면 어디서나 성립합니다.

구조적으로 성립하는 것은 둘째와 셋째의 앞부분입니다. 처음엔 감면 없이 신고했다가 나중에 경정청구로 감면을 받는 모든 경우, 최초 신고 시점에 감면세액 기준 농특세를 낼 방법이 없었다는 모순은 똑같이 존재합니다. 또 농특세는 감면세액의 20%이고 과다 납부액은 감면세액 전체니까, 과다 납부한 금액이 농특세보다 클 수밖에 없는 구조도 마찬가지고요.

이 사건 고유의 사정은 첫째와 셋째의 뒷부분입니다. 과세관청에 미리 질의해서 답을 받아뒀다는 점, 그 답이 나중에 상급 기관 해석으로 뒤집혔다는 점. 이게 없는 회사라면, 예컨대 감면규정을 그냥 몰라서 놓쳤다가 뒤늦게 알고 경정청구한 경우라면, 법원이 첫 번째 사정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낮습니다. 법률을 몰랐다는 건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게 오래된 원칙이니까요.

정리하면 이 판결은 다툴 수 있는 논리를 두 개 제공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확인해주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이 네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했기 때문에, 구조적 논리 두 개만으로도 결론이 같았을지는 이 판결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처분을 받은 법인이라면 최소한 다퉈볼 근거는 생긴 셈입니다. 법인세 감면으로 증액된 농특세에 가산세를 매긴 건 부당하다고 본 조세심판원 결정(조심2014전0764)도 이미 있었고요.

심판에서 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법인은 2023년 3월 서울시에 이의신청을 했다가 석 달 만에 기각됐고, 그해 7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습니다. 기각 결정이 나온 건 2025년 9월, 2년이 넘게 걸렸어요. 그리고 소송을 내서 이번에 이겼습니다.

실무에서 조세심판원 기각은 사실상 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년을 기다려 진 뒤 다시 소송을 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죠. 하지만 심판원과 법원은 판단 구조가 다르고, 가산세의 정당한 사유처럼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쟁점은 결론이 갈리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심판 단계에서 어떤 사정을 어떻게 주장했는지가 소송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만큼, 처음부터 논리를 설계하고 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감면 경정청구를 앞둔 법인이 챙길 것

  • 환급 결정과 함께 감면세액 기준 농특세가 얼마 나올지 미리 계산했는가
  • 최초 신고 때 감면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와 근거가 문서로 남아 있는가
  • 과세관청에 질의한 적이 있다면 일자, 질의자, 회신 내용을 기록해두었는가
  • 가산세가 고지되면 정당한 사유를 어떤 사정들로 구성할지 미리 정리했는가

이 판결에서 법인을 살린 건 결국 기록이었습니다. 2017년 3월에 누가 어디에 무엇을 물었는지가 판결문에 사실로 인정돼 있어요. 경정청구를 준비하고 있다면 환급받을 금액만큼, 처음에 왜 그렇게 신고했는지를 입증할 자료를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정당한 사유를 다툴 때 쓸 수 있는 건 그때 남겨둔 것뿐이니까요.

아직 확정된 판결은 아닙니다

이 판결은 1심입니다. 과세관청이 항소했을 수 있고, 상급심에서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산세 사건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도 판단이 갈리는 영역이라, 이 판결을 곧바로 우리 회사에 대입하기보다는 다퉈볼 논리가 생겼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게 맞습니다.

가산세는 대개 "그냥 내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본세에 비하면 금액이 작고, 다퉈봐야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죠. 그런데 본세가 크면 가산세도 큽니다. 이 사건처럼 18억이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지고요.

감면을 뒤늦게 받아 환급을 앞두고 있다면, 돌려받을 돈과 함께 새로 낼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중 다툴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까지 같이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