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제작 설비, 매출은 설치가 끝난 날일까 검수가 끝난 날일까

사례 개요
화공설비를 제작하는 A사는 고객이 정한 규격에 따라 필터드라이어, 반응기, 저장탱크 등을 자사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합니다. 계약 한 건이 수억에서 수십억 원이고, 계약부터 납품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립니다.
대금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받습니다. 잔금 10%는 대부분 설치 완료, 시운전, 성능검사 등 발주처의 검수가 끝난 뒤에 받는 구조입니다. 일부 계약은 설치까지 A사가 하고, 일부는 납품만 합니다.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이 계약들을 공사처럼 진행률에 따라 매출로 잡을 것인가, 재화 판매로 보아 한 시점에 잡을 것인가. 둘째, 한 시점에 잡는다면 그 시점은 납품일, 설치 완료일, 검수 완료일 중 언제인가.
공사계약인가, 재화 판매인가
공사계약으로 볼 여지
- 고객이 규격을 정해 주문하는 주문제작이다
- 일부 계약서의 제목이 "공사계약서"이고, 현장 설치·시운전이 포함되어 있다
- 대금을 제작 단계별로 나눠 받는다
재화 판매로 볼 근거
- 설비 대부분을 자사 공장에서 제작해 출하한다
- 제품 카탈로그에 용량별 표준 규격이 있을 정도로 같은 제품군을 반복 제작한다
- 제작원가를 계약별로 집계해 재고자산(재공품)으로 관리할 수 있다
- 계약상 위험과 인수가 발주처의 검수를 거쳐야 확정된다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16.21(1)은 구매자가 규격을 정해 주문했더라도, 표준화된 제조공정에서 생산하고 통상적인 영업망으로 판매하며 재고자산 평가로 매출원가를 산출할 수 있는 제품의 공급 계약에는 건설형 공사계약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A사의 계약은 계약서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이 공장 제작 설비의 공급입니다. 따라서 설치 및 검사 조건부 재화 판매로 판단했습니다.
매출 인식 시점: 설치 완료가 아니라 검수 완료
설치 및 검사 조건부 판매는 구매자가 인도를 수락하고 설치와 검사가 완료된 때 수익을 인식합니다. 이때 기준은 설치 완료일이 아니라 검수 완료일로 봤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설치가 끝나도 위험은 아직 넘어가지 않았다
설치 후에도 시운전과 성능검사가 남아 있고, 결과에 따라 재시험, 감액, 계약 해제까지 가능했습니다. 일부 계약서는 위험 이전 시점을 아예 "검수완료 시점"으로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② 모든 계약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납품만 하는 계약에는 "설치 완료"라는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 발주처의 검수(인수) 확인은 모든 계약에 공통으로 존재합니다.
③ 세법과도 일치한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33조는 검사를 거쳐 인수가 확정되는 납품 물품의 인도일을 "검사가 완료된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 구분 | 회계처리 |
|---|---|
| 계약금·중도금 수령 | 매출이 아닌 선수금 |
| 제작 중 원가 | 계약별로 재공품에 집계 |
| 발주처 검수 완료 | 매출 인식, 재공품을 매출원가로 대체 |
| 예상 원가가 계약금액 초과 | 기말 재고자산 평가손실 검토 |
부가가치세: 잔금 세금계산서는 언제
회계와 별개로 부가세 공급시기도 짚어봤습니다.
계약일부터 인도일까지 6개월 이상이고 그 사이 중도금을 나눠 받는 중간지급조건부 계약은, 계약금과 중도금 각각 받기로 한 날이 공급시기입니다. 인도 이후에 받기로 한 잔금은 재화가 인도되거나 이용가능하게 되는 날이 공급시기입니다(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 단서). 검수를 거쳐야 인수가 확정되는 계약이라면 검수완료일을 이 날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발주처의 대금 지급 일정에 맞춰 세금계산서 발급을 미루는 관행입니다. 세금계산서는 검수완료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발급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지연발급가산세 1%가 붙고, 확정신고기한까지 넘기면 미발급가산세 2%가 부과됩니다. 예를 들어 11월에 검수가 끝났는데 잔금 청구를 이듬해 2월로 미루면, 2기 확정신고기한(1월 25일)을 넘겨 미발급가산세 대상이 됩니다.
실무 포인트
계약서 제목보다 실질이 중요합니다. "공사계약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공장 제작 중심이면 재화 판매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장 시공이 주된 내용이라면 제목이 "납품계약서"여도 달리 볼 수 있습니다. 판단 근거를 감사조서에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수 증빙을 반드시 챙기십시오. 매출 시점이 검수완료일이므로 발주처의 검수확인서, 시운전완료확인서, 인수증 등 날짜가 찍힌 증빙이 곧 매출의 근거입니다. 특히 결산일 전후로 검수가 걸친 계약은 기간귀속이 바로 이 증빙으로 결정됩니다.
세금계산서는 검수일 기준으로 관리하십시오. 발주처 사정으로 청구가 늦어지더라도 가산세는 공급자가 부담합니다. 잔금을 받는 날이 아니라 검수가 끝난 날을 기준으로 발급 일정을 잡으셔야 합니다.
계약 유형이 섞여 있다면 유형별 기준이 필요합니다. 납품만 하는 계약, 현장 설치까지 하는 계약, 설계용역만 하는 계약은 수익인식 판단이 각각 다릅니다. 특히 설계용역 단독 계약은 재화 판매가 아닌 용역 제공이므로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