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세무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 어디까지가 용돈이고 어디부터가 증여일까

2026.09.23 · 김민준 회계사 작성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 어디까지가 용돈이고 어디부터가 증여일까

명절에는 통장이 바쁩니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님께, 조부모가 손주에게. 대부분은 그냥 마음을 보내는 일이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금액이 커지면 질문이 생기죠. 얼마까지 괜찮은 걸까. 이걸 검색해보면 "연 얼마까지는 세금이 없다" 같은 답이 여럿 나오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정액 기준은 세법에 없습니다. 생활비인지 증여인지를 가르는 건 금액이 아니라 다른 것들이에요. 그 다른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확실한 선부터

숫자로 딱 떨어지는 건 증여재산공제입니다. 10년 동안 합산해서 이 금액까지는 증여세가 없습니다.

누가 주느냐10년간 공제 한도
배우자6억 원
부모(조부모 포함) -> 성년 자녀5천만 원
부모(조부모 포함) -> 미성년 자녀2천만 원
자녀 -> 부모5천만 원
그 밖의 친족1천만 원

여기에 결혼이나 출산을 하는 경우 1억 원의 공제가 별도로 붙습니다. 혼인신고 전후 2년, 출생이나 입양신고일부터 2년 안에 부모에게 받은 재산이 대상이고, 결혼과 출산을 다 해도 통합해서 1억 원까지입니다. 성년 자녀 기준으로는 기본 5천만 원과 합쳐 1억 5천만 원까지 세금 없이 받을 수 있는 셈이죠.

주의하실 점은 10년 합산이라는 겁니다. 이번에 받은 돈만 보는 게 아니라 과거 10년을 더해서 계산합니다. 명절마다 조금씩 받은 게 쌓여 있다면 그것도 들어갑니다.

"생활비는 괜찮다"의 진짜 조건

여기서 대부분 "그럼 생활비는 무조건 괜찮은 거 아닌가" 하십니다. 세법에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와 교육비는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두 개 붙어 있고,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이 조건 때문입니다.

첫째, 그 용도에 직접 써야 합니다. 생활비로 받아서 생활에 쓰면 비과세입니다. 그런데 받아서 예금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사거나, 나중에 집 살 때 보태면 비과세가 아닙니다. 애초에 생활비가 아니었던 게 되는 거죠. 매달 200만 원씩 받아 150만 원 쓰고 50만 원을 모았다면, 그 모은 돈은 성격이 다릅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하게 걸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둘째, 부양할 의무가 있는 관계여야 합니다. 이게 의외로 많이 놓치는 부분인데, 부모에게 부양 능력이 있는데 조부모가 손주 학비를 대주면 비과세가 아닙니다. 부양의무자는 부모이지 조부모가 아니니까요. 같은 논리로, 소득이 충분한 자녀에게 부모가 주는 생활비도 부양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 자녀에게 부모가 보내는 생활비는 비과세입니다. 맞벌이로 잘 버는 자녀 부부에게 부모가 매달 보내는 돈은 성격이 달라요. 액수가 같아도 결론이 갈립니다.

그래서 "얼마까지"라는 질문에 답이 없는 겁니다. 받는 사람의 상황, 돈의 용도, 두 사람의 관계를 봐야 하는 구조라서요.

계좌이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체 기록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돈이 오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부모님 카드를 쓰는 것도 실질은 같습니다. 통장에 흔적이 안 남을 뿐, 부모가 자녀의 지출을 대신 부담한 것이니까요. 카드 사용 내역은 그대로 남습니다.

부모님 집에 무상으로 사는 것도 세법이 들여다봅니다. 특수관계인의 부동산을 공짜로 쓰면 그 사용이익을 증여로 보는 규정이 있어요. 5년치 무상사용이익이 1억 원 이상일 때 과세되는데, 역산하면 시가 13억 원 안팎부터 문제가 됩니다. 일반적인 주택이라면 걸리지 않지만, 고가 주택이라면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전세보증금을 대주는 것은 금액이 커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됩니다. 이건 그냥 준 것인지 빌려준 것인지가 갈리는데, 다음 항목으로 이어집니다.

빌린 돈이라고 하려면

"준 게 아니라 빌린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합니다. 다만 세무서는 가족 간 금전거래를 일단 증여로 보고 시작합니다. 빌린 것이라면 그걸 입증해야 하는 쪽이 납세자예요.

인정받으려면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차용증을 쓰는 건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로 이자를 주고받은 기록과 원금을 갚아나간 흔적이 핵심입니다. 차용증만 있고 몇 년째 아무 돈도 오가지 않았다면 설득력이 떨어지죠. 작성일을 다투기 어렵게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자를 얼마로 할지도 정해져 있습니다. 세법이 보는 적정이자율은 연 4.6%인데, 이보다 낮게 빌려준 경우 그 차액을 증여로 봅니다. 다만 그 차액이 연 1천만 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아요. 역산하면 2억 1천만 원 정도까지는 무이자로 빌려줘도 이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원금을 실제로 갚아야 빌린 것으로 인정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이 돈은 언제 드러날까

평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개인 계좌를 상시로 들여다보지는 않아요. 문제가 불거지는 건 큰 재산을 사거나 빚을 갚을 때입니다. 집을 사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고, 소득에 비해 재산 취득이 과하면 자금출처조사가 붙습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게 증여추정 배제기준입니다. 재산 취득일이나 채무 상환일 전 10년 이내 금액이 아래에 미달하면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구분주택 취득기타재산 취득채무상환총액한도
30세 미만5천만 원5천만 원5천만 원1억 원
30세 이상1억 5천만 원5천만 원5천만 원2억 원
40세 이상3억 원1억 원5천만 원4억 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이 표를 어떻게 읽느냐입니다. 이걸 "이 금액까지는 증여세가 없다"는 면세 한도로 소개하는 글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규정에 이런 단서가 붙어 있어요. 배제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취득자금을 타인에게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요.

즉 이건 세금을 안 매기는 기준이 아니라 국세청이 먼저 나서서 자금출처를 따지지 않는 기준입니다. 30세 자녀가 1억 4천만 원짜리 집을 샀다면 조사 대상으로는 안 잡힐 수 있지만, 그 돈을 부모에게 받았다는 게 드러나면 증여세는 나옵니다. 조사를 안 받는 것과 세금이 없는 것은 다릅니다.

조금씩 준 돈이 나중에 한꺼번에

증여는 10년 단위로 합산됩니다. 한 번에 5천만 원을 주면 눈에 띄지만 5년에 걸쳐 천만 원씩 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국 더해서 계산합니다. 부모와 조부모는 같은 직계존속으로 묶어서 보고, 부부는 한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아버지에게 3천만 원, 어머니에게 3천만 원을 받았다면 합쳐서 6천만 원입니다.

상속이 열리면 한 번 더 소환됩니다. 상속인에게 준 재산은 사망 전 10년치가 상속재산에 다시 더해집니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 예컨대 손주나 사위·며느리에게 준 것은 5년치가 들어가고요. 명절마다 조금씩 오간 돈이 나중에 상속세를 계산할 때 한꺼번에 나타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증여는 언제 시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축의금과 부의금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축하금이나 부의금은 증여세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결혼 축의금은 한 가지 짚을 게 있어요.

누구에게 온 돈이냐가 갈립니다. 부모님 손님이 낸 축의금은 부모님 것이고, 신랑신부의 지인이 낸 것은 본인 것으로 봅니다. 부모님 앞으로 들어온 축의금을 자녀가 가져가서 집을 사는 데 썼다면 그건 부모가 자녀에게 준 것이 되죠.

문제는 실제 예식장에서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봉투가 섞여 들어오고, 누구 손님인지 따로 적어두는 집도 드물고요. 이럴 때 세법의 원칙은 이렇습니다.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은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합니다. 증여세를 매기려면 과세하는 쪽이 근거를 대야 하는 구조예요.

다만 이 원칙을 "그러니 애매하면 넘어간다"로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같은 애매함이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집을 사면서 자금출처를 소명해야 할 때, 이번엔 본인이 "이건 내 축의금이었다"고 설명해야 하는 쪽이 됩니다. 아무 자료가 없으면 그 설명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실무에서 더 자주 생기는 곤란은 이쪽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합니다. 방명록과 축의금 내역을 남겨두고, 본인 앞으로 온 축의금은 별도로 관리하는 것. 전액을 부모님 계좌에 모아뒀다가 몇 달 뒤에 한꺼번에 옮기면, 그 이체는 축의금이 아니라 그냥 부모에게서 온 돈으로 남습니다. 한 가지 더, 축의금 비과세는 어디까지나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결국 무엇을 보면 되나

금액표를 외우는 것보다 이 네 가지를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받은 사람이 스스로 생활할 소득이 있는가, 받은 돈을 그 용도에 실제로 썼는가, 준 사람이 부양할 의무가 있는 관계인가, 그리고 그 돈이 나중에 재산을 사는 데 들어가는가. 네 번째에 해당한다면 금액이 작아도 기록을 남겨두시는 게 좋습니다.


명절에 부모님이 쥐여주시는 봉투를 세금부터 계산하며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아요.

다만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계획이 있고 그 과정에 부모님 도움을 받을 생각이라면, 돈이 오가기 전에 정리해두는 게 낫습니다. 이미 오간 돈을 나중에 설명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형태를 정해두는 쪽이 훨씬 간단합니다.